[Real-Jh가 생각한] 전역이란.

일상 이야기 2012. 5. 6. 20:19

 2012년 5월 6일. 나는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전(轉)역'을 하였다.

 기분이 좀 묘했다. 2012년 7월 26일에 논산 훈련소로 입대하여 전라도에 있는 상무대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자대로 2012년 10월 12일에 전입을 와서 그곳에서 생활한지 머언 19개월 가까이 생활을 해서 그런지 어느덧 그곳이 더욱 익숙해진 탓일까??

 군 입대 전, '군대'는 나에게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몸 멀쩡하고 정신 멀쩡(!)한 이들이라면 꼭 가야하고 그것으로 인해 꼭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골칫거리였다. 더군다나 재수까지 한 필자로써는 1년이나 늦게, 그리고 1학기 마치고 가게되어 꼭 1년 반이나 늦게 가게되어 그 고민은 여 다른 이들보다 더욱 컸다. 그래서 2학년 1학기에 기억은 군대에 대한 걱정 뿐이 남아있지 않다.(교양 과목 과제 소재로 나의 군입대 전 고민은 한건 하였다.)

 그렇게 걱정 많던 입대 전을 지나 막상 입대를 하니 그 걱정은 괜찮아 질줄 알았..... 는 뻥!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란 노랫말이 떠오르듯 슬픈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나 보다 나이 적은 선임들은 엄청 많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들었던 군대에대해 안 좋은 소문들은 우리 부대 만큼은 피해갔다. 물론 집합이나 맏선임의 갈굼은 좀(?) 있었지만 폭행이나 심한 체벌 등은 존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짬이란 것을 처먹처먹 하면서 할수 있는 것도 늘고 안해도 되는 것도 늘기 시작하였고 자연스레 적의 존재는 북한 -> 맏선임 군번 을 거쳐 간부들로 이동해 갔다.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중대장과 행보관 그 예하 간부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부려 먹을까 밖에 머릿속에 없는 듯 하였다. 분대장을 차니 그 수준은 차마고도를 능가하였다. 잦은 분대장 집합은 나의 위닝에 넣은 돈을, 연병장과 줄넘기를 하며 유산소 운동을 하던 시간을, 뜨겁게 돌려 놓았던 냉동들을..... 군대에서 어느 짬이든 다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대가 강원도 인제국 이라 그런지 대한민국과는 날씨가 많이 다른 듯 하였다. 겨울 때 경계 작전은 그야말로 남극탐방 수준. 영하 20도를 넘나들며 바람까지 불던 날에는 발가락의 주인은 나지만 발가락과 나의 존재는 다른 독립적인 존재들로 나눠지는 듯 하였다. 그뿐이냐? 혹한기라는 거대한 산맥을 2번이나 겪는 후반기 군번들. 생각하기 조차 싫다. 아침에 신던 얼음 속성을 바른 전투화 신기란.....

 그 외에도 군대 생활을 힘들게 하는 많은 훈련들이 존재한다. 혹한기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유격. 누가 확연히 답을 하겠는가? 혹한기가 힘든지, 유격이 힘든지. 우문현답. 답은 둘다 너무 힘들다라는 것이다. 또 한달 동안 진행된 중대전술. 왜 해야하는지 의문인 MGB, 이사 연습하는 부대이동, 간첩 잡아보세~ 진돗개 등 다양하고도 많은 훈련들은 나에게 시나브로 왜 군인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느덧 ... 전역을 하였다. 그 안에서는 빨리 나와서 뭐라도 해보야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말년휴가를 갔다오고 막상 전역을 하니, 두렵다. 많이 두렵다. 나는 지레 겁먹는 타입이라 남들(전역한 선배나 선임, 친구들)이 말해준 것들을 들으니 또 지레 겁을 처먹처먹 해버렸다.

 솔직히 군대란 곳을 가기 전에 나의 장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가 하다가 도망치듯 도망간 곳이 바로 군대이다. 군대 안에서는 그리 밖에 걱정을 안하고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많은 예비역 형들의 말을 듣고 나 또한 그러할줄 알았다. 그리고 정말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경계 작전을 하며, 훈련 때 쉬는 시간에, 부대관리 끝나고, 주말 및 휴일 등.... 21개월이 좀 넘는 시간 동안 훈련이나 부대관리나 행사 같은 것들이 많긴 하지만 그마만큼 내 장래에대해 생각할 시간또한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전역하고 나니 입대전의 장래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은 얻지 못하였다. 에휴~~

 그래도 군대에서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오늘 겟한 전역증을 시작으로 군번줄, 전투복, 깔깔이, 야상, 더블백(나는 가지고 왔다. 왜냐? 교범에 나온다.) 등..... 이런 물질적인 것들 말고도 내 생에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군대 시절, 대학교 때 보다도 더욱 더 많이 전국적으로 알게된 사람들, 작은 사회라고 하는 군대에서 배운 사회의 모습들, 그리고 여자란 존재의 소중함(?)까지.

 650일이라는 엄청난 시간 동안 나의 직업란을 장식했던 군인. 이제 내일 부터는 군인 버프 마저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사다난 했던 군대 시절을 생각하며 그만 글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