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Jh가 생각한]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일상 이야기 2012. 5. 31. 01:46

 군대에 있는 동안 글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 저기 글쓰는 것에 대해 집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발견 한 것이 바로 '병영 문학상'.

 시 라는 범주는 필자와의 관계가 완전 NEVER! 소설은 관심은 있지만 필자의 소설은 너무나 광범위하기에 그 기간 내에 소설 한편을 낼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하나 남은 수필. 칼럼리스트가 되고 싶던 필자에게 그나마 적합하다고 생각도 되고 남은 게 그거 밖에 없으니 수필 부문에 2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다큐멘터리 3일을 착안하여 휴가 3일 동안의 일들을 기록한 '3일'과 바로 이 작품.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10년이면 변한다는 강산도 요즘엔 재개발 확정만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변하고 항상 그대로 일 것 같았던 부모님의 얼굴에도 어느 샌가 세월의 나이테가 새겨졌다. 또 본래 통화가 임무였던 핸드폰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똑똑해지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아로 태어나 육군에 복무하는 나 또한 변하고 있다.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변화'는 필수이다. 급속도로 발전한 교통과 통신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감히 '촌'이라고 부르게 했고 매일매일 생성되는 정보들로 웹 서핑 수준이 아니라 '노아의 방주'라도 준비해야 할 만큼의 양으로 대홍수를 이루고 있다. 어느 인기그룹의 노래 제목처럼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연신 외치는 여러 방면의 것들에 현대인들의 오감이 집중되어있다. 요즘 유행하는 최신 패션 트렌드부터, 시청률이 제일 높은 예능이나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 최다 관객 수 혹은 예매 1순위인 영화는 무엇이고 서점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책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요즘 어떤 것들이 사회의 키워드나 이슈이고 왜 그것 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는지 등에 관심이나, 해당 방면의 지식, 정보들이 부족하면 시대에 뒤쳐진 사람, 무식한 사람으로 격하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들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

 

 

매일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대홍수

< 출처 : 영화 'FLOOD'의 한 장면 >

 

 야간 탄약고 근무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오면 피곤하기도 하지만 허기도 진다. 그래서 가끔 침대의 유혹을 뿌리치고 식탐의 노예가 되어 배를 채울 때가 있다. 바로 '뽀글이'를 먹을 때이다. 뜨거운 정수기 물과 5분이라는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맛있고 포만감까지 주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빠르고 편한 시대인가. 뜨거운 물이 바로바로 나오는 정수기, 뜨거운 물만 있다면 완성되는 라면. 두 경우 모두 빨라지기 위해 변화해 왔다.  이처럼 요새는 어느 하나만 빨라선 안 되고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다 같이 빨라져야 한다.

 

 

 

에잇, 물 많이 넣어서 망했다!

< 출처 : 다음 이미지 >

 

 당연히 그 주체인 인간 또한 빨라져야만 했다. 꼭 우사인 볼트처럼 육체적인 빠름이 아닌 인간 내적인 성향의 변화가 빨라 진 것이다. 마치 양은 냄비처럼 말이다. 양은 냄비는 빨리 끓는 만큼 빨리 식고 끓인 국물에는 진한 맛이 나질 않는다. 이와 같이 현대인들 또한 쉽게 끓고 쉽게 식으며 인간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도 쉽게 달아올랐다가도 어느 샌가 차갑게 식어 미혼모, 이혼율 등이 증가하였고 참을 인(忍)자를 한 번도 쓰지 못하는 인품은 어의 상실 사건, 사고들을 일으킨다. 또 사회적인 문제에도 쉽게 발끈하지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금세 돌아가고 그 기억은 오래가지 않아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마는 현대인의 삶. 이러한 현대인들의 양은 냄비 같은 성향은 사뭇 우리 선인들의 삶과 대조적이다. 우리 선인들은 마치 뚝배기와 같아서 오래 끓여 깊고 진한 맛이 나며 그 여운과 온기 또한 쉽사리 사리지지 않았다 .양은 냄비가 나쁘다, 뚝배기가 낫다 같은 어느 하나에 편중된 의견이 아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느리긴 하지만 깊고 진한 맛을 지닌 사람이 더 끌린다.

 

 

양은 냄비 vs 뚝배기

< 출처 : 다음 이미지 >

 

 이러한 뚝배기와 같은 변화. 빠르지 않고 서서히, 그리고 그 어떠한 방법보다도 확실히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변화. 나는 그것을 '대기만성'으로 정의하고 싶다. 어릴 적, 어머니가 나에게 '너는 대기만성 형이야. 큰 그릇 일수록 늦게 만들어지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하며 주눅 든 나에게 희망을 주셨다. 어린 나이에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저 큰 성공은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러, 나름 짧지만 인생을 살아 보니 대기만성이란 그저 그런 뜻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누구나 미숙하고 실수와 실패를 겪지만 꾸준한 노력과 수 없이 반복, 숙달을 하면 미숙이 능숙으로, 실수는 경험으로, 실패는 성공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오랫동안 겪는 동안 그 결과물들은 더욱 더 커진다는 사실을.

 

 대표적인 예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 김명민을 들 수 있다.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반반한 얼굴과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데뷔 초 주목을 받았지만 금새 세상의 눈 밖에 났다. 하지만 그는 포기와 좌절을 하지 않고 단역이라도 마다않고 자기만의 연기 인생을 걸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난관과 역경은 그에게 포기를 권유했고 이민을 마음 먹은 그는 마지막 희망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주연을 맡겠다고 했다. 그 결과 '충무공 이순신'은 대박이 났고, 그 후 그는 '하얀 거탑'에서 비운의 의사 '장준혁'을, '베토벤 바이러스'에선 독설가 마에스트로 '강마에'역을 맡으며 팔색조의 연기력을 뽐내는 명배우가 됐다.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역)

< 출처 : 다음 이미지 >

 

 또 세계적인 인물인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을 예로 들 수 있다. 팔삭둥이로 태어난 그는 말더듬이 학습 장애아 진단을 받고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꼴찌를 도맡았다고 한다. 그리고 중학교 때는 국어(English) 계속 낙제하여 3년이나 유급을 당하면서 언어 장애로 모질게 고생하던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일반 문필가도 받기 어렵다는 세계적인 상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성공은 끝이 아니다."

< 출처 : 다음 이미지 >

 

 앞서 말한 두 인물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 또한 조금씩 대기만성처럼 되기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어릴 적 부터 자신감이 없고 쉽게 주눅드는 내성적인 성격을 소유한 나는 남들에게 잘못을 지적 받는 것을 싫어서 쉽사리 앞에 나서서 발표나 일을 못 하였다. 또 해보지 못한 일에 지레 겁을 먹었고 실수가 잦아서 제 몸 사리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어머니 어릴 적부터 실수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하여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대기만성'형이라며 격려해 주신 듯하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 출처 : 네이버 이미지 >

 

 그러한 어머니의 바람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격려에 조금씩 나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을 피하던 예전과 달리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피하지 않고 맞부딪치는 도전정신이 생겼고 남들에게 지적받거나 실수가 잦은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겪는 남들의 지적, 나의 실수와 그에 따른 실패들을 성공으로 가기 위해 겪는 과정과 반성의 계기로 삼았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나의 인생을 바꾸기에는 미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양은 냄비와 같이 금세 결과를 얻는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뚝배기처럼 오래 걸려도 깊고 진하며 여운과 온기가 오래가는 성공을 얻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변할 것이다.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p.s - 중요한 건 둘 다 가작에도 들지 못함. ㅋㅋㅋ